[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한 별들의 도시 ‘라라랜드’.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과 배우 지망생 ‘미아’(엠마 스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 만난 두 사람은
미완성인 서로의 무대를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전 이 영화를 보러가기 전에는 이 영화가 '쇼걸' 같은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꿈을 위해서 노력하고 성취하나 결국 다시 떠난다 뭐 그런 영화인줄 알았던거죠. 그런데 그런 면이 없는것은 아니었으나, 그런 내용 그 이상의 영화였습니다. 상당히, 감명깊게 보고 나왔고, 이 영화에 대한 여러 리뷰나 감상을 읽으면서 '난이도'가 있는 영화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영화가 이해되지 않는다면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거라고 생각이 되긴 하더군요. 경험의 차이? 라는 느낌.

재능은 있지만, 사회에서 인정못하던 두 남녀가 서로에게 끌려 서로 동거하다가 각각 자신의 꿈을 서서히 이뤄나가면서 남녀의 사이가 약간 씩 삐걱대다가 결국 파국을 맞이하고 서로 헤어지게 된다... 라는 내용이면 어떤 작품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전 단번에 생각나는 만화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내집으로 와요' 입니다.


[개인적으로 하라 히데노리의 최고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네, 이 영화는 '내집으로 와요'의 영화판이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흐름이 비슷합니다. 뭐 성공하는 흐름이나 삐걱되는 서로의 동기가 그렇게 비슷하지는 않지만 전반적인 흐름, 즉 꿈과 사랑 사이에서 서로 서로 발전하다가 다시 헤어지게 되고 마지막에 그 사랑했던 과정들을 다시 돌아보며 씁쓸한 느낌을 갖게 된다는 면은 정말 똑같더군요. 서양이던 동양이던 이런 사랑의 단면은 다르지 않은것 같습니다.

하지만 라라랜드는 여기에 뮤지컬이라는 요소를 하나 더 넣어서 이야기를 더 감칠맛 나게 해줍니다. 그냥 뮤지컬 노래와 춤만 들어도 신나더군요. 그리고 제가 봤을때는 롱테이크로 보였지만 아니었다는 첫번째 고가도로 씬 부터 시작해서 유치해보일 수도 있는 천문대 씬 등등 영화적 상상력이 군데군데 들어가 있어서 눈도 호강합니다. 또한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고 남자 주인공이 잘생겼습니다.

이야기는 겨울->봄->여름->가을->다시 겨울 식으로 흘러갑니다. 이 부분에서는 '언어의 정원'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다르게는 김기덕감독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서로 끌리고 사랑하고 갈등하고 헤어지고 다시만나는 이런 흐름은 전형적이긴 해도 왕도이기에 어색하지 않았고, 특히 가을 부분이 맘에 들었습니다.

애초에 챕터가 나눠질때 저는 가을에선 반드시 싸우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싸우는것도 아주 맘에 들었습니다. 서로 사랑을 하지만 나때문에 상대방이 무너지는 것인지, 꿈을 버리게 되는것인지, 왜 당신을 위해서 변해가는 나를 이해해 주지 못하는지 등에 대해 쌓여왔던 갈등이 퍼퍼퍼퍼펑 하는데 아주 좋았습니다. 전 이런걸 좋아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키오 시모쿠의 5년생이 생각났습니다. 3권의 그 장면들 말이죠.


[우주 명작]


그리고 나서 여주인공이 오디션에 붙고 나서 '우리는 어디에 있는걸까' '여기 경치 진짜 별로다' 라는 말로, 서로의 헤어짐을 암시하는 부분을, 많은 분들이 놓치고 있지 않나 싶더군요. 이 부분 뒤에 바로 5년뒤로 점프하면서 여주인공이 다른 남자랑 결혼한 사실이 나오는데 이 부분에서 '이게 뭐야' 라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뭐 따지고보면 불친절 할 수도 있겠죠, 둘이 헤어질것 같은 느낌이 별로 안들어 보이기도 했으니까요. 남주인공은 나름 자리를 잡았고, 여주인공은 이제 오디션에 합격했으니까 이제 룰루랄라 같이 다시 잘 사귀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것도 뭐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이 두커플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건너고 있다는걸 눈치 채고 계셨을 겁니다. 서로 꿈을 위해서 상대방을 약간씩 소홀해 했던, 그리고 자신의 꿈 자체도 접어갈 수 밖에 없어서 쌓여왔던 감정들은 이제 서로를 아무리 사랑해도 머리에 붙은 껌 처럼 벗어날 수 없게 두 사람을 옭아매고 있었습니다. 서로의 꿈을 위해서, 재즈피아니스트와 배우라는 두 꿈에서 이제 두 사람의 사랑은 두번째 순위밖에 가지지 못하는 것이 된거죠. 이 부분에서 역설적이게도 두 사람은 서로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 거다' 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이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되죠. 이 말은 이별의 말입니다. 나는 당신을 떠나지만 지금까지 당신을 사랑했고, 이 사랑을 너무 소중히 여긴다는 것이죠.

전 이 부분에서 굉장히 긴장을 했었는데, '이건 헤어지는 각인데... 진짜 헤어지면...' 이러고 있었는데 헤어지니 또 씁슬해서 그랬습니다. 이런 씁슬함을 더욱더 살려주는 장면은 마지막에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을 5년만에 우연히 다시 만나면서, 언제나 쳤었던 피아노곡을 다시 치는 장면의 회상신 아니, 상상씬입니다.

이 부분의 상상을 누가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만, 전 여주인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둘다 일수도 있죠. 만약 그때 그랬더라면... 이라는 조건문을 달고 시작하는 이 회상씬은 반대적 현실과 대비되며 영화의 씁슬함을 배가 시킵니다. 만약 첫만남에서 더 살가웠더라면, 만약 여주인공의 첫 연극기일에 남주인공이 와주웠다면, 만약 파리로 가는 여주인공과 함께 남주인공이 갔다면 등등등... 마지막의 뮤지컬의 댄스는 그래서 처연하고 슬픕니다. 그건 달콤한 꿈이니까요, If가 붙는, 이뤄지지 않은.

어떤 노래가사 처럼 '니가 있는 그자리가 내 자리였어야 해' 이런 느낌도 아닙니다. 그냥 그런거에요. 그리고 그 과거의 사랑을 부정하지 않고 서로 웃는 마지막 장면은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라는 생각이 들게 해서 마치 '초속5센티미터'를 생각나게 하기도 했습니다. 과거를 받아드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런 모습 말이죠.


[그러고보니 포스터도 비슷하네 색감이]


장점만 썼지만 단점도 이야기하자면... 남녀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게 좀 급박한 면이 있습니다. 첫 남친인 그렉은 한달만에 차이고 말이죠. 근데 뭐 좋아하는게 그런거 아니겠어요? 금사빠 같은거죠.

그리고 한가지, 주인공들은 한번씩은 자신의 꿈을 접습니다만 방법이 다릅니다. 남주인공은 돈을 벌고 안정적인 삶을 위해 자신의 꿈을 비틀었고, 여주인공은 첫 공연의 비판으로 인해서 상처를 입고 자신의 꿈을 접었죠. 이런 부분에서의 남녀의 차이를 달리 그린건 재밌게 눈여겨 볼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만~
by DSmk2 | 2016/12/24 23:40 | 영상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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