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저는 굉장히 큰 마음의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 상처를 이겨내볼려고, 아니면 받아드리려고 백방으로 노력을 했죠. 즐거웠던 시간은 비수가 되어 생각하는 모든 것에, 발길이 닿는 모든 곳이 모두 고통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고통들이 사라질까를 고민했고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가만히 넋놓고 있을 수는 없어서, 책을 읽어보려고 했습니다.

유시민이 자신의 책에서 이야기한건데, 문돌이들은 문제가 생기면 일단 남의 의견을 들어보려고 한다고 합니다. 저도 그랬구요. 지금에 와서는 남의 이야기만을 듣느라 자신의 마음의 이야기를 소홀히 한게 아닌가 생각이 들지만 그 당시에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저도 처음 겪는 일이었는걸요. 하나하나 허우적 대면서 뭐라도 해야했고, 그 와중에 읽은 책이 이 책입니다.

사실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사람으로 얻은 마음의 상처는 사람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하길래, 동네 독서모임 나가보자 라고 해서 어떤 독서모임을 고르게 됬고, 거기서 이번주에 읽는 책이 이거라고 해서 고른 것이었습니다. 근데 그 독서모임에는 참가하지 못했어요. 신청을 했는데 답이 없더라구요.

이 책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주인공입니다. 남자 주인공은 루이스, 여자 주인공은 에디. 둘다 자식들이 있고, 다들 독립했으며 혼자 삽니다.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한 사람들이고, 어떻게 보면 천천히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모험을 합니다. 처음에는 에디 부터죠. 루이스를 찾아와서 하는 말이 '가끔 우리집에 와서 내 옆에서 잠을 자 줄 수 있나요?'라고. 이게 글로 보면 느낌이 안되는데 영화에서 보면 (넷플릭스에서 하더라구요) sleep with me라고 해서 대놓고 성관계를 요구하는것 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런건 아니었죠. 에디도, 루이스도 인생의 많은 시기를 겪고 서로 외로웠기에, 에디가 제안을 한겁니다. 밤은 고통스럽잖아요? 그때 서로 같이 자면서 (섹스를 말하는게 아닙니다) 서로의 외로움을 보다듬어 줄 수 있냐는 거죠.

그러면서 두사람의 모험담은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동네에서 시끌시끌 합니다. 두 사람 모두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과거들이 있었고, 그런 사람들이 함께 잠을 잔다는 소문은 가쉽거리가 되기에 충분했죠. 하지만 에디는 별 신경 안씁니다. 사실 나이가 70이 되도 다른 사람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게 좀 이상하지 않겠어요? 살만큼 살았는데 더 이상 뭐가 무섭겠습니까? 그런 에디에 루이스도 감화되고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루이스와 에디의 관계를 사랑이라는 진부한 말로 정리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서로의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서 서로가 필요한 사람들, 하지만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 뭔가가 더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는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뭐 이런것도 하나의 사랑의 형태일 수 있겠죠.

그 와중에 에디의 손자가 등장하며 이야기는 나아가고, 서로의 과거를 이해하고 가족들로 인해 갈등을 겪다가 이야기는 기승전결의 결을 맞게 됩니다. 이건 직접 읽으시는게 좋으실 것 같아요.

[그래서 말인데, 이럼 어떨까요.
이왕 소문도 그런판에 대낮에 버젓이 도심으로 나가
홀트 카페에서 점심을 먹고 메인 스트리트를 활보하면서
여유롭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거예요.
언제 그러고 싶은데요?
이번 토요일에요.
카페에 사람이 가장 많을 정오 무렵 어때요.
좋아요. 준비하고 기다릴게요.
먼저 전화할게요.
밝고 화사한 옷을 입을까 봐요
바로 그거에요. 루이스가 말했다. 난 빨간 셔츠 입을까요?]

책의 구성은 누가 말하는건지 알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때려 맞추어야 하고 그게 뭔가 긴장감을 이끌어 냅니다.

그렇게 큰 기대를 하고 읽은 책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독서모임에 참가하려고 읽은 책이었는데, 놀랍게도 참 맘에 드는 책이었습니다. 사실 누구나 외롭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안 외로운건 아니죠. 혼자 있는 밤이 너무나 외로운건, 겪어본 사람이라면 모두 아는 것일 겁니다. 그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서 나이 70에 타인에게 손을 내민 에디의 용기가, 저는 너무나 놀랍고 부러웠으며 마음의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말이죠. (저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너무나도 많이 보는 사람이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일요일 저녁, 오늘도 외로운 하루였습니다. 마음의 공허함은 나이를 먹어갈 수록 커져가지만, 에디처럼, 저도 타인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이만~
by DSmk2 | 2019/03/03 21:23 | 서적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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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ㅇㅇ at 2019/03/04 21:57
전 예전에는 삶의 힘들면 덕질의 세계로 도피할수 있었는데, 요새는 2차원의 꿈보다 현실의 벽이 더크고 가깝게 느껴집니다.
신카이 마코토 작품을 보면서 가슴 한켠이 아련해지던 옛 감성은 대체 어디에..
Commented by DSmk2 at 2019/03/05 00:05
덕질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하는것 같에요. 땅불바람물마음이 모두 합쳐서 자신을 공격하는 것 같은 이 세상에 마음 놓을곳 하나 없네요. 그래도 살아가는게 우리네 인생 아닌가 합니다. 여전히 좋아하는것도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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