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있습니다.

고전부 시리즈의 2권인 '바보의 엔드크레디트', 사실 제목 번역이 맘에 안들기는 하는데 방법이 없는것 같습니다. 원제는 우자의 엔드롤 인데, 이게 다 한국어가 아니니까요. 엔드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많이 쓰이는 말은 스탭롤이겠고, 우자는 바보가 맞지만 보통 일본어의 바보는 '바카'를 이야기하지면 여기서는 아니니까요 뭐 암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만, 전 그 원제의 입에 착 달라 붙는 그 어감이 맘에 들었기 때문에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빙과사건을 열심히 해결한 호타로는 이번권으로 무한연옥에 빠지게 됩니다. 뭔 일만 있으면 호타로한테 오는거죠. 소설이 연재되는 이상, 이 일은 끝나지 않을 것이고, 2권은 그런면에서 아주 재밌게도 호타로의 실패를 다루게 됩니다. 잘 생각해보면 길게가는 컨텐츠에서는 주인공들이 한번씩은 실수를 합니다. 워낙 초인이면 재미가 없어요. 카이지도 한번 실패를 해주셨고, 하루히도 영화만들면서 피를 봤으며, 러브라이브의 첫 라이브도 아시다시피 실패입니다. 그리고 호타로의 이번 이야기도 엄밀히 이야기하면 낚인거죠.

여러분들은 이용당하거나 배신당한 적이 있으신가요? 적어도 전 있습니다. 기분이요? 아주 째지죠 정말. 인생에 PTSD는 그런데서 오는 겁니다. NTR도 결국 배신 아닐까요? 애니에서는 호타로가 완전 분노하고 있습니다만, 적어도 원작인 소설에서는 거기까지 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전 애니의 표현이 더 맘에 드네요. 완전히 낚인거니까요. 기분이 안나쁘면 이상하죠.

이번권의 진 주인공인 이리스 선배는 사람을 갖고 노는데 아주 특화된 사람입니다. 갖고 논다고 표현하면 좀 그런데 어떤 '결과'를 위해서 사람을 '수단'으로 부리는데 아주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거죠. 아마 소설에서는 의사집안이어서 그 집안을 이을것 처럼 나오는데, 이런 사람은 정치를 해야합니다. 결과는 끝장나게 해주거든요 수단은 좀 그렇지만.

특히 호타로를 꾀는 방법은 아주 탁월합니다. 넌 특별하다, 너는 할 수 있다 라고 아주 치켜새워주면서, 너의 특별함을 네가 자각하지 못한다면 주위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 것이다 라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후자는 매우 의미있는데, 왜냐면 호타로와 사토시의 관계가 저렇기 때문입니다. 지나친 겸손은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것 처럼 말이죠.

하지만 위의 '사회적으로 진실'로 여겨지는 여러 말들도 단지 호타로를 꾀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는 면에서 이리스 선배의 무서움을 볼 수 있습니다. 저 말들이 다 틀린거는 아니니까요. 이리스 선배도 말하지 않습니까. '맘속에서 나온 말은 아니다. 그것을 거짓말로 생각하는건 너의 자유다' 라고. 하지만 아무리 옳은 진실도 타이밍과 상황에 따라서는 상대방에게 좋게 들리지는 않는 것입니다.

이리스 선배 같은 미녀에게 낚여서 칠렐레 팔렐레 하다가 나름의 결론을 내놓고 영화제목을 무ㅋㅋㅋㅋ렼ㅋㅋㅋㅋㅋㅋ 만ㅋㅋ인읰ㅋㅋㅋ샄ㅋㅋ각ㅋㅋㅋㅋ 이라고 짓는 장면을 보면, 호타로가 이 사건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이불을 뻥뻥 찰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애니를 보충적으로 봐서 소설에서 느낀건데, 호타로가 헛다리 짚은 부분에 대해서 고전부의 나머지 3명의 반응이 호타로에게는 가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불쌍할 지경이랄까요. 왜냐면 아직 호타로는 탐정역으로 완성되지 못한, 단 하나의 사건인 빙과만을 해결했는데 그거 뭐 좀 잘못했다고 그냥 아주 3명이서 연타석으로 두두두두두두 공격을 하고 있을려니... 소설의 전개상 어쩔 수 없었긴 했습니다만 멘탈이 날라가도 할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레키 도모에가 너무 데우스엑스마키나인것은 맘에 안듭니다. 전 소설에서 주인공보다 잘난 사람을 보는게 싫은가봐요.

그럼 이만~

p.s 애니도 소설 본 후에 같이 보는데, 참 애니 잘 만들었습니다. 소설 읽을 시간없으신 분은 애니 보세요. 근데 그 시간이 그 시간.
by DSmk2 | 2018/01/26 14:51 | 서적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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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nemo at 2018/01/26 15:32
한동안 이글루스 안들어오다가 트위터 링크 보고 간만에 들어왔네요. ^^

빙과는 애니로만 봤는데, 저도 호타로 누님은 좀 아니다~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인공보다 잘나서 그렇다기보다는 해외에 나가있는 아가씨가 무슨 전지적 시점이라도 갖고 있는지 전부 다 꿰고 있다는 사실이 영 납득이 안되어서...

이리스가 토모에에게 어디까지 털어놨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리스의 캐릭터로 생각해 보면 꽤나 많은 사실을 숨겼을 것 같은데, (사실 처음에 호타로에게 부탁하면서 설명한 것 이상의 것을 토모에에게 밝혔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걸 마치 '네 몇마디 말만으로도 난 전부 다 파악했다'는 느낌이라. -_-

동일 성우가 연기한 모노가타리 시리즈의 가엔 이즈코하고도 겹치는 느낌이더군요.
(이쪽은 애초에 괴물들만 나오는 세계관이라 그냥 그러려니~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Commented by DSmk2 at 2018/01/29 02:10
아 간만입니다. 저도 nemo님 블로그 간간히 보고 있습니다. ㅎㅎ 토모에는 1권에서는 작가가 반전을 위해서 준비한 캐릭터였다고 생각을 했는데, 2권에서도 마찬가지로 써먹더군요. 문제는 두번째가 되다 보니까 너무 신의 시점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셜록홈즈의 마이크로포트 홈즈 포지션이라고 생각하면 약간 귀여울려나...라고 혼자 납득해보려고 합니다.
Commented by LionHeart at 2018/01/27 21:45
후기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인생에 PTSD는 그런데서 오는 겁니다'라거나 ' 이런 사람은 정치를 해야합니다. 결과는 끝장나게 해주거든요 수단은 좀 그렇지만.'라는 부분에서 빵빵터졌네요.
말씀하신대로 이 책에서는 호타로가 제대로 낚였었지요...하지만 전 주인공이 늘 승승장구하는 것 보다는 적당한 실패도 겪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좋아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게다가 '속세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 전능한 신'과 같은 존재를 좋아하기 때문에 얼마 되지 않는 누님의 등장도 무척 반가워요. 이런 존재는 모든지 잘 해낼 것 같은 주인공이 자만하지 않게 해줄 뿐더러, 뭔 일이 생겼을 때에 대한 든든함이 느껴져서 좋아합니다. ^^;
애니메이션은 정말 잘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 연재가 조금 더 이루어져서 분량이 확보되면 2기도 만들어주었으면 좋겠어요.
Commented by DSmk2 at 2018/01/29 02:11
토모에의 그런 역할은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다른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되네요. 저도 애니 2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나오려면 한참 걸릴것 같은게 아쉽지만, 그래도 나오기는 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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