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있습니다]

블로그도 오래 유지하고 있습니다. 당시 처음 시작할때는 아직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절이었기 때문에 그때의 기억이 좀 생생하게 남아있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시절 컴퓨터부, 정확히는 전산부였고, 다른 학생들과 비교하면 나름 파란만장한 학교 서클 생활을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일본 매체에서 나오는 그러한 축제나 그러한 학교 서클 생활도 했었고, 그때의 이야기는 이 블로그를 뒤져보면 나옵니다. 2학년때 저희 학년이 그 학교축제에 주역을 맞게 되었을때, 저희 서클은 불미스러운 일로 축제에 참가하지 못했고 그때의 상실감은 지금도 씁쓸한 기억이 되어서 저의 머리속 한구속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2012년에 애니메이션화가 되면서 국내에서도 유명해진 소설 '빙과'는 고전부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입니다. 요네자와 호노부는 그 소설 등에서 학창시절을 단순히 장미빛으로 묘사하기 보다는 청춘들의 달콤씁쓸한 맛을 보여주기로 정평이 나 있는데, 이 소설도 그런 큰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과거의 사건을 뒤져보면서 현재에 그 의미를 찾는다는 흐름은 게임 투 더 문 에서 처럼 변하지 않는 과거를 바라보며 현재를 생각하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 빙과의 주요 소재는 '학교 축제'입니다. 보통 학교의 여러가지 활동들은 선생이나 학교측의 지시나 요망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학교 축제만은 학생들이 주역이 되어서 자신들의 솜씨나 창작력을 발휘하는 마당이 되기 마련입니다. 이 소설에서의 고전부원들도 문집을 내는 것으로 학교축제에 참여하고 있죠. 저희는 당시에 - 1990년대입니다 - 홈페이지를 만들거나 3D CG로 영상을 만들거나, 당시 유행하던 DDR게임을 피로하거나 하였습니다.

그 축제라는 큰 틀에서 이 소설에서는 '희생' 아니 '제물'을 이야기합니다. 다수의 화살받이로서 선택'당한' 상냥한 영웅인 세키타니 쥰이라는 사람을 이야기합니다. 누군가에게 등떠밀려서 학교축제를 지키기 위한 운동의 책임자로서 결국 퇴학당하고 마는 그의 상실감은, 치탄다 에루에게 했던 '강해지렴, 만약 약하면 비명도 지르지 못할 날이 와서, 산체로 잡아먹히게 된다' 라는 말과 제목 '빙과'에 숨은 뜻에서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치탄다 에루가 눈물을 흘리며 어린시절 울었을때, 달래주지 않았던 세키타니 쥰의 마음도 이해가 갑니다. 자신이 했던 그 말을 부정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 회한과 상심을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이 날것 같습니다. 시간은 뒤로 돌릴 수 없고,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았던 많은 학생들 사이에서, 자신의 마음을 숨겨 문집을 남기고 학교를 떠난 세키타니 쥰의 이야기는 호레키 토모에의 말 처럼 비극일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빙과'의 숨은 뜻을 알아냈을때의 호타로의 생각은 그런 의미에서 더욱 안타깝습니다. 소설로서 35년 동안 그 누구도 알아주지 못했던 그의 마음을 지금 생각하면 이는 비극이 아니라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세키타니 준의 메시지를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말인가. 이 시시껄렁한 메시지를, 이해해야 할 우리가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해야 할 우리가 이해하지 못했다' 이는 역사를 바라보는 현재의 사람들이 언제나 경구로 삼아야 하는 말일 것입니다. 과거를 바라보며 고전을 읽으며 우리는 이해해야 할 것을 이해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과거와 역사를 경시하는 사람들은 같은 잘못을 계속 반복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저의 고교생활은 장미빛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호타로도 아니었고 에루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세키타니 준의 그 상실감을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축제에 참여하지 못했던 마음도 그랬습니다. 누군가에게 등떠밀려서 책임을 져야 했던 그 마음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럼 이만
by DSmk2 | 2018/01/16 17:44 | 서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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