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추억을 반추하기 위해, 나츠미는 "동생과 둘이 갔던 장소에 저를 데려다 주세요"라는 조건을 붙여, 여동생의 약혼자였던 토우고와 교제를 승락한다]

만화의 스포일러 이지도 않을까... 라는 줄거리를 써보았지만, 이건 책 뒤 표지에 있는 내용의 전반부입니다. 후반부 문장은 스포일러같아서 잘랐구요. 이 만화는 제가 작년에 본 만화중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만화입니다. 일본에서는 이미 2권으로 완결났고, 한국에서도 나올지는 모르겠네요. 전 그냥 책으로 봐서.

이 만화가 대단해! 여자편 2위를 차지한 '봄의 저주'는 주인공 나츠미의 여동생인 [하루(일본어로 봄을 뜻함)의 저주]라고 읽히기도 합니다. 나츠미는 여동생 하루의 약혼자였던 토우고와 사귀게 됩니다. 뭐 딱히 나츠미가 토우고를 약탈한건 아닙니다. 만화 시작하자마자 나츠미가 죽거든요. 원래 토우고네 집안은 나츠미네 집안의 혈통을 원했던 것 이었고, 그 상대방이 나츠미든 하루든 별 상관은 없었지만, 하루가 더 참해서 토우고가 하루와 사귀게 된 것이었습니다. 나츠미는 좀 말괄량이 스타일이구요.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대충 눈치를 채셨겠지만 - 이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이 이야기는 단순히 여동생이 좋아했던 남자를 사귀면서 일어나는 주인공의 해프닝을 그린 그런 만화는 아닙니다. 이 만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죄책감'이거든요. 주인공은 나츠미는, 여동생인 하루를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하루는 노멀이고 혈통을 보고 맞선을 봐서 사귀게 된 토우고를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토우고는 하루보다 나츠미를 첨부터 더 좋아했습니다. 쓰면 이렇게 됩니다. 사랑의 작대기는 하루->토우고->나츠미->하루 이렇게 순환이 되죠. 하지만 이 순환이 하루의 죽음으로 깨지고, 두 사람은 부러진 고리에서 방황하게 됩니다.

토우고는 처음부터 나츠미를 더 좋아했고, 하루가 자신을 사랑하는지를 알았기 때문에 그 사실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는거에 익숙한 그였지만, 하루가 죽으면서 자신의 사랑을 막았던 부분이 사라지자, 나츠미에게 적극적으로 어프로치 합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을 좋아했던 하루를 배신하는것이기도 하기도 했습니다.

나츠미는 하루를 정말로 사랑했고, 그런 여동생을 뺏어간 토우고를 질투했습니다. 하지만 여동생이 토우고와 어떻게 지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자신이 알지 못했던 하루를 알기 위해서 토우고와 사귑니다. 이것은 토우고를 정말로 사랑했던 하루에게서, 토우고를 빼았는 것이며, 거기에 토우고가 사실은 자신을 더 좋아했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면서 그 죄책감은 가속화 됩니다.

즉 제목처럼 '하루'는 토우고와 나츠미 두 사람에게 영원히 풀 수 없는 죄책감이라는 저주를 내렸고, 이는 만화 전체를 통해서 토우고와 나츠미 사이의 관계를 좀먹어 갑니다.

전 사실 이 만화의 1화를 가장 좋게 칩니다. 임팩트가 장난이 아니었어요. 평소에 밝게 보이고 분위기 메이커지만 정신적으로 크나큰 데미지를 지속적으로 받으면서 온갖 죄책감에 빨리 죽는게 좋을것 같은 주인공의 마인드가 저에게 와 닿았거든요. 처음 볼때 저는 스포일러를 전혀 받지 않고 봐서 나츠미가 하루의 관에 사진을 넣으며 '내가 갈때 까지 조금만 기다려'라고 말하는게 무슨 의미인지를 몰랐습니다. 두번째로 다시보니 어우야... 그런 의미였어요, 따라가겠다는.

이 두사람은 결국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게 되지만, 하루의 저주는 계속 머리 뒤통수에 붙어서 사라지지 않는 찜찜함을 갖게 될것 같습니다. 이런 감정은 극복하는게 아닙니다. 가지고 가는거죠. 그래서 미치는거죠,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까. 작중에서는 이런 표현으로 그 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사귀고 나서 부터 하루에 대한 죄악감때문에 잠이 오지를 않는다. 3초에 한번씩 자살을 생각한다"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을 뺏어가서 죽일만큼 질투했던 남자가 사실은 나를 좋아했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이미 죽었으며, 죽는 그 순간까지 자기보다는 그 남자를 더 생각했고, 그런데 나는 좋아하는 사람의 남자와 사귀게 되면 기분이 어떨까요. 죄책감에 잠도 오지 않지 않을까요? 남자는 또 어떻습니까, 자신의 감정을 죽이고 한 여자와 결혼을 전제로 사귀어 왔고, 그 여자가 죽자 자신이 좋아했던 여자와 사귀게 되는데 그 여자는 자신을 과거 증오했고, 자신을 바라보지도 않고 있으며, 자살할려고 계속 그런다면.



그런 의미에서 1화의 이 표지는 작품의 주제를 관통합니다. 이 두사람은 운명공동체이며, 서로 껴안고 지옥으로 돌진하고 있습니다. 죄책감을 지울 수 없는 삶이라는건 지옥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니까요. 이 두사람은 그렇게 아마 서로를 의지하면서 살아가게 될 듯 합니다.

좋은 이야기만 했으니 다른 이야기도 하자면 토우고 라는 캐릭터는 약간 평면적이었던것 같습니다. 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캐릭터죠, 돈 많은 집안에서 태어나서 자신의 감정을 죽이면서 태어난 초 잘생긴 엘리트. 그리고 막판에 하루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기재는 좀 작위적이었습니다. 보통 이런건 일기장을 쓰는데 말이죠.

아무튼 두 사람은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을 보냅니다. 챕터 자체가 몇월 몇월 이렇게 되어있어요. 전 이런걸 좋아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 이렇게 말이죠. 챕터 제목은 상당히 중의적으로 첫 챕터인 'spring is gone'은 봄이 갔다 라는 것과 '하루가 죽었다' 라고 해석될 수 있고, 마지막 챕터인 'and winter will come'은 '그리고 겨울이 올것이다'와 '그리고 토우고가 올 것이다' 라고 해석할 수도 있죠.

지금 글 쓰느라 다시 봐도 재밌는데, 평소의 나츠미의 밝은 모습과 정신적으로 불안해지는 모습 둘 의 갭에서 상당하 매력을 느낀것 같았습니다. 1화에서 특히 그래요. 1화의 나츠미는 쾌활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건 불안한 자신을 감추기 위한 페이크에 불과합니다. 이 만화를 다보고 1화를 다시보면, 1화에서의 나츠미는 계속 말을 돌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 외에 두 사람이 2권 표지에서는 서로 눈을 마주치고 있지만, 1권 표지에서는 토우고는 나츠미를, 나츠미는 하루의 유골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 등 섬세하게 찾아볼 곳이 많은 만화입니다.

그럼 이만~
by DSmk2 | 2017/06/25 12:10 | 만화감상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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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izuminoa at 2017/06/28 12:16
이 만화의 문제..

엔딩이 똥...
작가 멘붕인가
원래 예정된 엔딩인가
Commented by DSmk2 at 2017/07/01 20:21
저는 예정했다고 생각합니다. 뭐 중간에 잘라먹은 기분이 안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단편으로서 짧게 갈려고 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Commented by ㅇㅇ at 2017/08/18 01:15
리뷰 잘 봤습니다. 저도 이거 참 재미있게 봤는데요.
계속 신경쓰였던게 사계중에 가을만 없네 하는 점이었습니다.
년x3은 다 있었는데....하는 생각도 문득 하다가 내가 좀 인생을 잘못살았나 하는 고민의 시간도 좀 가졌네요ㅎ
Commented by DSmk2 at 2017/08/19 12:45
년X3 ㅋㅋㅋ 그러게요 가을만 없네요. 중간에 점프뛴것도 아니고. 아마 하루의 닉네임이 아키였던거로 퉁 치고 간게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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