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이 시점에서 이 소설을 다시 읽는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건 아니지만, 그냥 생각나서 한번 죽 읽어봤습니다. 다시 읽어보고 느낀건 역시 이 소설은 재밌는 소설이고 대상을 타기에 충분했으며 문장이나 구성 자체가 맘에 들었다는 겁니다. 예전에 이피젼님의 만화소개글을 보고 처음 스즈미야 하루히를 알았는데 당시에는 관심만 있었지 이렇게 빠질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었습니다.

일단 가장 눈에 띄이는 1인칭의 시점은 일단 모든 책속의 정보를 쿈의 생각으로 한번 걸러내서 독자에게 인식시키게 됩니다. 근데 이 쿈이 또 약간 유니크한 인물이라 정보제공이 여러가지 수사나 표현등에서 개성적으로 나타나게 되고, 인물 자체가 니힐한 구석이 있어서 주변인적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메인스토리에 낑겨들어가는 일반인의 심정이 잘 나타나게 되더군요.

실제로 제가 예전에 이 소설에 대해서 '마지막의 엔딩이 사랑이 모든것을 구한다'라고 가는것 같아서 맘에 안든다라고 썼습니다만 다시 읽어보니까 꼭 그런것도 아니더라구요. 마지막 장면에서 쿈은 '아 왜 이렇게 전형적이고, 누군가가 등을 떠밀려서 해야하는 정해진 행동같은걸 해야하는거야'라는 생각을 하고있는 표현을 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쿈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이 모든 정보는 이미 쿈이 한번 걸러낸것들이어서, 자신이 하루히를 좋아한다는 것을 부끄러워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일지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마 둘다겠죠.

다시 읽어보니까 1권의 시점에서 쿈은 차라리 평범하게 보면 미쿠루를 좋아한다고 하는 편이 맞을것 같습니다. 좋아한다고 써놓으니 이상한데 간단하게 말하자면 '미쿠루짱 예쁘다 하아하아' 이런거죠. 하루히에 대해서는 대충 '아 진짜 얘는 왜이러는거야 나한테... 근데 냅두기는 뭐하고 계속 상관해야 할것 같기는 한데 아 진짜 미치겠다...' 이런 감정이 아닐까 하네요. (이게 좋아하는거하고 뭐가 틀리냐고 물어본다면 ......)

하루히가 쿈을 좋아하는건 뭐 확실하죠. '세계가 지루해서 멸망시켜버리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도 난 당신과 있고 싶어요.' 로맨틱한 고백입니다. (전 비슷한 고백을 알고 있어요. 나는 마암을 좋아해!!!!!) 하지만 쿈이 화자이기 때문에 딱히 쿈이 하루히를 좋아한다는 표현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이 소설이 재밌는게 평범하게 생각되는 미래인, 우주인, 초능력자의 전형적인 이미지와는 약간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래인인 미쿠루는 뒤에 가면 갈 수록 나오지만 아무것도 모릅니다. 보통 미래인이라면 과학이 발전해서 삐리삐리빔을 쏘는 사람들을 상상하게 되죠. 미쿠루는 전혀 상관없어 보입니다. 우주인도 마찬가지, 일반적인 그레이라던가 화성인의 이미지하고는 역시 상관없습니다. 정보통합사념체라는 '유년기의 끝'에서나 나올법한 이상한 개념의 우주인이죠. 초능력자는 어떻습니까. 특정 시기, 특정 장소에서 특정 상대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그런걸 초능력이라고 과연 할 수 있을련지 모르겠네요. 뭐 어쨌든 초능력이기는 하죠.

위와 같은 다른 이미지 덕분에 가장 피해를 보는 캐릭터는 역시 코이즈미 입니다. 덕분에 작가는 코이즈미에게 설명캐릭터라는 하나의 직분을 내렸지만 덕분에 쿈은 '이자식은 말이 많아'라고 생각하게 되죠. 뭐 어쩔 수 없습니다. 가장 활동능력이 떨어지는 캐릭터일 수 밖에 없어요, 본질적으로 능력이 그래서. 미쿠루야 도플겡어 능력을 사용하니 大와 小가 합심해서 나오고, 나가토야 뭐 나가에몽이라고 불리정도의 강한 캐릭터성과 자기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이즈미는 그다지 활약도 별로 없는데다가 분개편을 보면 그가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지 약간 토로하는 장면 까지 나오게 되죠. 음모편에 타임리프때는 참 안습인 행동도 하고 말이죠. 1권에는 코이즈미도 고생이 많은게 제1차 신비함 찾기 SOS단 모임 다다음날에 하루히가 기분이 초 다운될 때가 있습니다. 그때 코이즈미는 '아르바이트가 있습니다' 하고 사라지죠. 신인 한테 아마 죽도록 고생했을 겁니다. (이런 지나가는 부분부분이 이 책의 재미입니다. 4권에서의 나가토의 행동들도 그렇죠)

미쿠루야 뒤로 갈수록 활약이 늘어나고 나가토는 이미 주인공화 된 4권이 있으니 할말이 없습니다. 근데 미쿠루가 시간여행은 분절적인 시간을 3차원으로 뛰어넘는거라서 과거의 행동이 미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러면 '아사히나 미쿠루의 우울'이나 이번에 나온 7권 '음모편'에서의 행동들은 뭔 일인지... 어차피 타임패러독스는 해석하기가 힘드니까요. 일예로 미쿠루의 가슴의 점은 미쿠루大가 쿈에게 가르쳐준거지만 미쿠루大는 이 사실을 미쿠루小일때 쿈에게 들었습니다. 순환논리가 되는데 과연 트리거는 누가 먼저 당긴건지 알 수 없죠. 어려운 얘기는 과학자들에게 맞기죠 뭐.

쿈도 말하고 있습니다만 이 우주인, 미래인, 초능력자들은 자신의 신분과 정체를 스스로 쿈에게 밝히고 친절하게 그것의 증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도 정체를 밝힌 순서대로 말이죠. 차례대로. 이부분에서 좀 놀랐습니다. 참 잘 썼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뭐 아무것도 아닌것 처럼 보이지만 저에게는 그랬습니다.

하루히가 쿈에게 끌린 이유는 뭐였을까요. 조릿대잎 랩소디때의 기시감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작중에서도 나오듯 쿈 자체도 이런 비상식적인 일에 상당히 관심이 있었다라는 점도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보통 우주인, 미래인, 초능력자가 있는 세상을 바란다고 해도 직접 귀신나온다는 곳에 찾아가거나, 책상위에 연필을 2시간동안 쳐다보던가, 친구에게 텔레파시를 수업내내 보낸다거나 이런일은 잘 하지 않으니까요. 물론 고딩이 되면서 쿈도 세상의 물리법칙을 깨달았다고 하지만, 하루히는 그런 쿈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뭔가를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모에에 대해서 작품 내에서는 모에요소가 있는곳에 사건이 생긴다! 라는 풍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뒤에 고도증후군에서는 '명탐정이 있는곳에 사건이 있다'라고 변주되죠) 작품 내에서도 모에요소가 없는건 아닙니다만 그것만에 의지한 소설은 아니라고 봅니다. 사실 1권만으로 보면 나가토에게는 아무런 모에요소가 없어요. 쿨데레고 뭐고 암것도 없죠. 미쿠루는 대놓고 모에고. 사실 모에요소는 애니화가 되면서 더 각광된 면이 있지 않나라고 생각합니다. 소설 1권 자체는 읽어보면 캐릭터 모에라고 보기보다는 하루히의 진취적 사상(부정적인 말을 쓰면 무개념)과 쿈의 '내가 왜 이지경까지 몰리게 된건가' 하는 한탄성 이야기가 더 눈에 들어오거든요.

애니...는 백번은 안되고 한 30번 정도는 본것 같은데 솔직히 한국어를 읽으면서 귀에 애니의 일본어가 들리는 괴현상이 벌어집니다. 애니 자체가 1권 소설을 상당히 충실하게 애니화 했기 때문에 그런거겠죠. 그런데 이게 역으로 캐릭터에 더 집중하게 만들어서 구체적인 서사를 날려먹는 역효과를 약간 어제 읽으면서 느꼈습니다. 뭘 봐도 애니가 생각나는거에요. 물론 미친듯이 보고 모잘라서 DVD까지 사고 있는 아마 저에게만 해당된 이야기겠죠. (하루히빠라는걸 부정할 수가 없다...) 기본적으로 대화하는 부분은 각 캐릭터의 성우의 목소리로 읽히는건 기본입니다.

뭐랄까 이미 버린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데, 뭐 그건 2권도 읽어봐야 아는 이야기겠죠. 그럼 이만~
by DSmk2 | 2007/01/05 22:29 | 서적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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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개발부장 at 2007/01/05 22:41
사실 쿈은 XXXXX일지도 모릅니다! 랄라.
Commented by 큐브관리자 at 2007/01/06 00:30
오, 자세히도 분석하시는군요.
어쩐지 이 소설 저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ㅁ`a;;
Commented by 블랙 at 2007/01/06 07:34
특정 시기, 특정 장소에서 특정 상대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그런걸 초능력이라고 과연 할 수 있을련지 모르겠네요. <-초능력자들도 랜디 할아버지가 멍석 깔아놓으면 초능력 안나오잖아요.
Commented by 키리 at 2007/01/06 08:41
그래서 전 코이즈미를 좋아합니다 (...)
Commented by schwarzwald at 2007/01/06 10:13
미쿠루는 미래에서 온 자객
Commented by Ratatosk at 2007/01/06 20:35
저도 가끔 목소리가 들려서 피식거리곤 했는데 계속 들리시다니 재밌겠습니다.
하루히가 쿈에게 끌린 이유는 그녀의 변화에 순수하게 관심을 가진 괴짜라서가 아니였을까 싶습니다.
다른 의미로 생각하면 이미 쿈이 좋아하고 있다라는 말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Commented by cheriud at 2007/01/06 20:50
저도 1권을 얼마전에 읽었는데 애니보기 전과는 느낌이 틀리더군요.(당연한건가..^^;;)
목소리라던지 성격이라던지 좀 다르게 보인다는...
소설을 읽으면서 쿈이 읽어주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여담으로 원래 나가토팬이였는데 이번 음모편 보고 하루히한테 살짝 기울여질려고 함.^^
Commented by DSmk2 at 2007/01/09 00:56
/개발부장 쿈은 이미 미래인, 우주인, 초능력자에게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인간이 되었습니다. (--;;)

/큐브관리자 분석이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생각난걸 주욱 적어내려간것 밖에 안되서... 그래도 책은 엄청 재밌습니다.

/블랙 그런것이었군요! 역시 초능력자는 실존하는거였어요.

/키리 저도 좋아합니다. 계속 호모로 몰리는것이 안습...

/schwarzwald 근데 계속 보면 그말이 진짜 같다.

/cheriud 음모편에는 하루히의 활약이 그다지 없는거로 기억하는데... 으음 숨은 1인치를 찾으셨군요. (--;;) 애니를 보면 정말로 목소리가 귀에서 울려퍼집니다.
Commented by pinkyskull at 2008/04/10 13:56
글쎄요......제가 보기엔 쿈이 낑겨다니는 일반인은 절대 아닌거 같던데.....
1권 프롤로그 보면 딱 나오잖아요.
'외계인, 미래인, 초능력자를 만나고 싶지만 주변인으로 남고 싶다' 고.
결국 3년전에 신호를 날린 것도 쿈이었고.
외계인, 미래인, 초능력자'가 계속 추파를 던지는 것도 쿈이고 ^^
결국 문제 생기는 건 쿈이 지겨울 때 문제 해결되는 건 쿈이 맘먹을 때...
아무리 봐도 제 눈엔 휘말려든 일반인이 하루히 같은데 ^^
Commented by DSmk2 at 2008/04/10 18:40
/pinkysull 일반인이라는건 '별 능력이 없는 평범한 사람' 이라는 뜻으로 써논겁니다. 적어도 그 외에 인물은 '일반인'은 아니죠. 하루히는 특히. 그리고 그 3인방이 쿈에게 추파를 던지는 이유는 쿈이 하루히에게 있어서 열쇠이기 때문입니다. 열쇠는 문이 열리면 쓸데가 없죠. 불쌍한 인생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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